사사현은 단숨에 잔에 남은 술을 들이켰다. 그러므로 비연은 더 이상 들어 있지도 않은 것이 출렁이는 것 같다는 착오를 겪는다. 아니, 출렁이는 것은 담겨 있지도 않은 술인가, 아니면 자시가 넘은 이 밤의 짙푸른 공기인가, 그도 아니면 이미 무례를 몇 차례나 저질렀음에 자신을 죽여 마땅한 자격을 쥐고 있는 이 남자의 앞에 선 자신의……, 고비연이 숨을 삼킨다. 사현의 손이 제게로 뻗쳐왔기 때문이다. 영원은 없다, 연아. 손길은 다정하고 조심스럽게 뺨을 더듬는다. 제 것보다 배는 굵고 긴 엄지손가락이 정갈하게 눈가를 짚는다. 비연은 아연한 마음을 쏟아버리지 않도록 꽉 끌어안고서 사현의 눈길을 똑바로 받아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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